수목 드라마

멜랑꼴리아 1회. 수학을 밀어내는 남자와 수학을 통해 세상을 보는 여자

피터Pen 2021. 11. 1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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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숫자로 보이는 세상에 사는 남자

그의 눈에 보였던 세상은 모두 수학이었다.

글자보다 숫자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더 빨랐고, 그의 머릿속에 들어오는 숫자들은 조합을 거쳐

수학이 되었다. 

 

수학에 있어서만큼은 탁월하고 '특별'했던 백승유.

그런데 그 아이는 지금 수학을 싫어한다.

왜?

그 아이에게 있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특별하다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그의 심장을 조이고 괴롭혔다.

공황장애를 일으킬 만큼 괴로워했다.

 

자신의 특별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사랑도 받았을 테지만,

오히려 자신이 특별하기 때문에 소중한 누군가를 잃은 게 아닐까.

어떤 사연이 있길래 이 아이는 수학을.. 포기했던 것일까.

 

#2. 수학으로 느끼는 세상이 좋은 여자 

이 세상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학문은 수학이 아닐까.

수학교사, 지윤수는 정답이 있는 입시위주의 수학을 거부한다.

 

그녀는 시험문제를 풀고, 성적을 올리려고 하는 명문고등학교 아이들 앞에 정답이 없는 문제를 내놓는다.

성적이 좋은 아이는 문제를 보자마자 답을 휘갈겨 적었고.

또 어떤 아이는 과외선생님한테 풀이를 부탁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중 누구도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

심지어 명문대학교를 졸업한 과외선생님의 답마저도 틀렸다는 것이다.

우리는 답을 써낼 뿐, 아무도 그 문제가 틀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의심. 그 의심이.. 이 풀이의 시작이었다.

문제를 완벽하게 이해해야만이 완벽한 답이 나온다.

사지선다에 체크해야 하는 정답에만 익숙했던 아이들에게 다소 황당하고 짜증 나는 문제였다.

왜냐하면 시험문제에는, 이런 문제 따위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전제 오류'

 

이런 시험문제의 정답을 보았는가?

윤수가 가르치는 수학은 이런 거다.

정말 수학이다. 순수 수학 말이다.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학문으로서의 수학.

 

그런데 누군가 이 문제의 정답을 정확하게 써냈다.

윤수는 도대체 어떤 학생이 이 문제를 풀었는지 궁금했다.

정말 수학이 뭔지 아는.. 그런 학생이었기에.. 더욱더 알고 싶어졌다.

수학을 즐길 줄 아는.. 그런 아이를.

 

#3. 수학과 수학이 두 사람을 이어줬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기차 안에서 시작되었다.

아니, 그보다 더 오래되었는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같은 관심사와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인 채팅방 안에서

예전부터 계속 수학문제를 내고 풀고, 공유하였던 사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자로만, 수학으로만 전했던 그들의 채팅 아이디는

이번 기차에서 서로의 눈빛으로, 모자에 적힌 숫자로 기억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인연은 기차에서 내리고 끝날 뻔했던 것이 다시 이어지게 되었다.

우연히 가지고 있던 가방이 바뀌면서 말이다.

 

그리고 윤수가 준비한 수학 문제를 기점으로 하여, 그 문제를 승유가 풀어냄으로써

이들은 아마 수학으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좀 더 가까운 사이가 되어가겠지.

 

수학으로 다가가, 수학으로 이야기하고, 수학으로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하며..

그렇게 수학으로 서로를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드라마는 마치 예전 멜로 영화를 보는 듯한 클리셰가 많이 보였다.

가방이 서로 바뀐다던가, 눈앞에 대상을 두고도 끝까지 못 알아보는 듯한 구성.

그래서 더 좋았다.

뭔가 디지털 시대에 레트로가 유행인 느낌이라고 할까.

 

"찾았다"

 

괜찮은 드라마를 찾은 것 같다.

확실히 멜랑꼴리아만의 느낌이 있다.

그 느낌이 나쁘지 않다, 뭔가 산뜻하면서도 따뜻하다.

 

학교의 비리와 부조리라는 이야기 속에 순수 수학을 통해 공감하고 소통해 나가는

선생님과 학생의 이야기라니.. 뭔가 엇박자스럽게 예쁘다.

파란색과 노란색이 같이 있는 듯한, 이 드라마만의 색깔이 있다.

 

담백하게 오직 수학만으로 소통하는 듯한 이 드라마 속 남녀 주인공의 느낌이 좋다.

 

우리는 초중고를 졸업하면서 늘 수학이란 문제를 푼다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수학은 곧 평가의 기준이었다.

답을 맞히지 못하면 필요가 없는.

 

사실 수학의 시작이.. 정해진 답이 있는 문제를 푸는 거였을까?

누가 빨리 누가 정확하게 문제를 푸는게 중요한 걸까.

 

오히려 수학의 시작은 문제 해결이 아니었을까.

어떻게 하면 이것을 해결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사고하고, 그 원리를 도출해내고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면서 새로운 방법을 끊임없이 발견하고 찾아내고, 또 증명하며 그 과정 속에서 재미와 쾌락, 거기에 성취감까지

느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미 정해진 답을, 이미 훌륭한 사람들이 열심히 증명해낸 공식을 외우라고만 가르쳤다.

아이들이 직접 생각하고 단순한 공식 속에서도 새로운 방법을 도출하여 그들이 훌륭한 사람이 되도록 가르치지 않았다.

 

이미 만들어진 절대적 공식 위에 시멘트를 부어 단단하게 고정시켜 그 어떤 움직임도 거부했는지 모른다.

조금만 틀어지고, 모양이 바뀌어도 비난하고 틀렸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 어떤 변화도 거부했다.

 

이 드라마는 이랬던 우리나라의 수학에, 진짜 수학이 아닌 문제 풀이와 성적을 위한 가짜 수학에..

일침을 날리려는 건지도 모른다.

 

앞으로 드라마 속 승유와 윤수가 수학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증명하고 또 어떻게 이야기할지 좀 더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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