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 드라마

연모 12회. 이제라도 여인으로 새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아비의 마음

피터Pen 2021. 11. 17.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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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기만의 방식으로 딸을 지키려고 했던 아버지

휘는 처음으로 자신 앞에 놓인 꽃신을 보며

한 번은 여자이고 싶었는지, 한 번이라도 여자의 삶을 살 수 있을까 하여..

자신도 모르게 꽃신을 신고 잠시 설레 보았다.

여인이라면 누구든 신을 수 있는 그런 당연한 것을 휘는 단 한 번도 제대로 신어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딸아이의 모습을 보는 혜종의 마음도 참 복잡하다.

미안하면서도, 미안하고, 또 어깨 위의 책임감이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후회가 등골을 쪼아댄다.

 

혜종은 알고 있었다. 세자가 여자였다는 사실을.

우연히 목격하여 알았고, 빈궁의 간절한 손 떨림을 통해 다짐했었다.

다시는 내가 내 아이를 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어떻게든 이 아이를 지켜야 한다고.

 

혜종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세자빈을 간택의 순간도 미룰 만큼 미루었고,

어떻게든 그 아이가 세자가 되려는 것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걱정과 다르게 그 아이는 너무 강하고 씩씩한 아이였다.

넘어지고 쓰러져도 굳세게 일어나 다시 맞서는 그런.. 아이였다.

이제 마지막으로 혜종이 휘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

휘가 왕이 되었을 때, 그 아이에게 위협이 되는 것들을 모두 자신의 손으로 끝내는 것.

그 아이가 외조부의 손에 휘둘리지 않게 하는 것.. 그것뿐이었다.

그래야만 자신이 죽고 나서도 그 아이가 살아남을 수 있기에..

 

혜종이 세자를 폐위시킨 이유.

궐 안에서 그토록 상처 받았던, 자신의 삶이라곤 없었던 아이를 폐위라는 명분으로 궐에서 내보내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살도록 해주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아니면 궐 안에서 외조부와의 전쟁이 있을 것을 예감하여 그 전쟁터에 딸아이를 남겨두고 싶지 않은 맘도 있었겠지.

폐위만이.. 혜종이 자신의 딸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기에..

 

과거의 혜종은 나약했다. 아니 용기가 없었다. 그래서 가족을 지킬 수 없었다.

내 딸아이를 죽일 수 없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것이 아마 평생의 응어리였을 것이다.

그래도 이번엔 혜종은 다를 것이다.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의 목숨을 걸고서도

휘가 외조부에게서, 이 정글 같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게 지켜줄 것이다.

지금의 혜종은 세자 시절의 혜종과는 다르니까.

표현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혜종은 단 한 번도 휘를 사랑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고.

아버지이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유배를 떠나기 전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휘.

그저 그녀에게 펼쳐질 앞날이 두렵고 외롭기만 할 생각에 벌써부터 겁이 날 것이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겸허히 수용하려고 해도 그 흔들리는 가슴을 어찌 홀로 붙잡을 수 있으랴.

세자란 조선에서 가장 위엄 있고 높은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누군가의 도움과 보호를 받아야만

살 수 있는 존재다. 모든 것을 잃고 홀로 남게 되었을 때 그 두려움을 누가 위로해줄까.

 

그런 복잡한 맘을 위로받고 싶어서 지운이 없는, 지운과의 추억이 있는 그곳으로 들어간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지운에게 위로받고 싶다는 그 맘에 그녀는 환영을 본 줄 알았을 것이다.

멍-하니 바라봐도 이건 꿈이 아니라고.

 

지운은 아무리 멀리 있어도, 휘가 가장 힘들 때 달려와 그녀를 안아주었다.

밀어내고 싶지만 밀어낼 수 없었다.

이번에도 휘가 위로받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지운의 품 밖에 없었으니..

아버지조차도, 그 누구도.. 한 번도 그녀를 안아준 적이 없었으니.

이 따뜻한 품에 안겨 한번만 자유롭게 울어봤으면..

하지만 이제 그런 것조차 허락될 수 없겠지.

자신은 세자도 아니고, 폐세자가 되었으니..

마지막으로 휘는 지운에게 자신의 사랑을 맡겨본다.

모든 사람에게 비난받을 지라도, 들키면 죽을 사랑이라도..

그래도 이 순간만큼은 오직 그의 입술에 몸을 맡기고 싶었던 휘일 것이다.

매번 마지막이라고 말해도 절대 마지막일 수 없는 휘와 지운.

이번에도 마지막이라고 그렇게 간절히 밀어내도, 반드시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당기겠지..

 

#2. 휘를 살리려는 사람들

휘는 유배에 오르기 전 아버지에게 마지막 인사를 고한다.

하지만 혜종은 끝까지 그녀를 보지 않는다.

자신은 마지막까지 무정하고 못난 아비로 남아야 하기에.

그래야만 미련 없이 그 아이를 살릴 수 있기에.

과연 휘가 떠난 궐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

 

유배를 떠나는 휘.

그리고 한길 건너서 나란히 걷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녀의 가는 길을 끝까지 배웅해주고 싶은 지운.

바로 옆에 있어도 서로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고 그저 몰래 바라보며 미소 짓는 게 다일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이여.

그것만이 허락된 둘의 아픈 사랑아.

 

유배당하는 휘를 습격하는 산적 무리들.

산적 무리들은 아버지가 보낸 사람들이었다.

세자를 납치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숨겨주어라.

그것이 내가 세자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이니.

부디 나에게 네 소식이 들리지 않게 행복하게 살아다오.

 

하지만 세자를 노리는 사람들은 또 있었다.

세자를 궐로 복귀시키려는 정석조.

세자에게 새로운 삶을 주고 싶은 내금위장은 필사적으로 정석조를 막는다.

그리고 그녀의 도망을 필사적으로 돕는 지운.

과연 세자를 노리는 이 끈질긴 추격전의 끝은 어떻게 될까..

 

개인적으로 여자 옷을 입고 걷고 있는 휘 때문에 마음이 좀 쓰라렸다.

그 옷은 아버지에게 받은 옷이었기에..

그때 처음으로 아버지의 진심과 사랑을 느꼈기에..

자유롭게 여인의 삶을 살게 해주고 싶은 아버지의 마지막 바람이 느껴졌는지 참..

평범한 듯 고운 그 옷이.. 너무 예쁘고 어색하게 느껴진다.

 

#3. 첫사랑에게 전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고백

지운은 계속해서 휘를 찾았다. 바로 옆을 지나치면서도 못 알아보는가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휘가 위험할 때면 항상 나타나 그녀를 지켜주는 지운.

그래서 상처와 피로 때문에 쓰러진 휘가, 약초를 구하러 간다고 하는 지운을 잡으며

가지 말라고 한 것은..

 

둘이 헤어질 때마다 몇 번씩이고 그녀가 외치고 싶었던 진심이었을 것이다.

가지 말란 그 말이 몇 번이고 입을 통해 튀어나올 뻔했으나 힘겹게 꾹꾹 눌러왔던 그 말.

한결 같이 자신의 곁을 지켜주는 지운에게.. 언제까지 거짓을 고할 수는 없다.

 

이제는 그에게 말해야 할 때가 왔다.

놀라겠지만, 당황하겠지만 그래도 그에게만큼은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동안 꼭꼭 숨겨왔던, 자신의 가장 큰 치부를, 가장 부끄러운 부분을..

조심히 옷고름을 푸르며 자신의 정체를 말하는 휘..

마치 그 모습은 말로 하지 않아도, 자신의 모든 것을 그에게 보여주는 것 같은 임팩트를 보였다.

그 떨리는 눈빛과 수줍게 가리는 몸까지..

말로 하지 않아도 그녀의 마음이 어땠을지 느껴지지 않던가.

 

두려웠지만 지운을 믿었기에,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고백하는 것이다.

남자여도 좋았다고 말해주었던 지운.

폐세자여도 상관없다고 했던 지운..

죽더라도 신경 쓰지 말라고 했던 지운...

 

두 사람이 서로의 첫사랑이란 것을 알았을 때 과연 두 사람의 심정은 또다시 어떤 변화를 일으킬까.

 

마지막으로

이번 편에서 정석조가 휘를 보는 느낌이 달라졌다.

마치 과거 자신이 죽였던 그 어린 담이를 보는 것처럼.

조금은 그 아이의 정체에 대해 의구심을 품지 않을까..

그렇다면 외조부는 휘에게 어떤 모습을 취하게 될까..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하지만 정석조 또한 아비였다.

세자를 쫓던 것을 방해하던 아들을 차마 벨 수 없어서 칼등으로 치는 모습이..

그만큼 그 또한 아들을 사랑하는 아비였던 것이기에..

아들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과연 더 무슨 짓을 할 수 있을까.

그에게도 또 다른 심경의 변화가 생길까.

세자에게 용서를 구할까..? 그렇다면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다음 편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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